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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3(화) 이른 아침 할슈타트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네 말대로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이곳 하늘 위 늘 같은 표정의 사진 보듯
가장자리만 언뜻 드러난 너
먼 얼굴로 아른거릴 뿐이니,
이러고 사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음영 속의 낯설음인 게야.
미열이 이는 기류 속 고민 해봐도
이해 안 되는 꾸러미들일랑 저만치 던져 놓고,
담배 한 개비라도 좋고 술 한 잔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앉아 서로 바라만 봐 주는 건 어떨까.
숨차게 앞만 보구 달려온 세월 덕에
오래된 면경 속의 모습
스스로의 표정에 눌릴 만큼
피로한 어깨 힘겨워 보이니
자...너도 나도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그곳이 시골역이면 내려서 멸치국물 고소한
뜨거운 우동 한 사발 후르르,
바쁘면 기지개 한 번에 숨 한 번 크게 들이키고
바로 기차에 오른들 어떠리
머릿속 어지럽히던 몇 마리의 나방 잡아내어
툭툭 어둠 속에 털어내 버리고
네가 간직해 온 여유와
내 아끼던 사랑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오늘까지야 먹구름 가득 했어도
내일부턴 정말 환한 나날 될 거라며
부대낌 감추지 않고 주점 저 안 쪽 벽에 기댄 채
언어의 마술처럼 난 그렇게 주문을 외울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from: 월간 한맥문학 2006,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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