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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2007)
    New Age 만남 2018. 4. 11. 05:21

    '07.12.10

     

     

     

    01. The Greatest - Cat Power

    02. Golden Land - Chris Glassfield
    03. You do something to me - Come Shine
    04. Autumn Leaves - Eugen Cicero
    05. Na pele de um flaneur - Celso Fonseca
    06. Coming around again - Copeland
    07. High and low - Greg Laswell
    08. Roxanne - Louisa Bey
    09. Breaking up is hard to do - Ilona Knopfler
    10. Castle And Cathedral - Denison Witmer
    11. By My Side - Copeland
    12. The Oracle - Mikis Theodorakis & Maria Farantouri
    13. The Seance - Matt Elliot
    14. Color Mazapan - Rafree


     

    여행자-하이델베르크|김영하 지음|아트북스|2007

     

    ‘반전(反轉)’ 그리고 재기발랄한 형식 파괴

     

    김영하, 여행자,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자그마한 여행 가방에 쏘옥 들어갈만한 크기의 이 책을 집어 든 이유였다.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재기발랄한 문체를 보여준 김영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었고, 그런 까닭에 그의 이름으로 쓰여진 ‘여행기’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부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페이지. 하이델베르크의 노천카페 사진을 넘기자 뒤통수 한 대를 후려 맞는 듯한 멍함이 밀려온다. 예상했던 여행기는 몇 장을 넘겨도 찾아볼 수 없다. 놀랍게도 이 여행기는, 아니 이 ‘거시기’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사진, 에세이가 버무려진,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글이다. 나중에 김영하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여행자> 시리즈의 사용법’이라는 ‘공지’사항을 보니 “이 책은 소설집도, 여행기도 아니고, 하이델베르크의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곁들여 음악을 들으며 읽을 독자에게 최적화 돼 있고, 서울의 혼잡한 지하철에서 읽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고 쓰여 있다. 제대로 낚였다.

    어찌됐든 정신을 차리고 찬찬히 훑어 보니 <김영하의 여행자-하이델베르크>는 신선하면서도 치밀한 구성 형식이 돋보인다. 김영하는 책 전반에서 하이델베르크를 죽음과 삶을 생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로 바라보는 가운데 단편 소설 ‘밀회’에 이러한 시각을 녹여낸다. 그는 7년에 걸친 두 남녀의 밀회와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연약하고 모순 덩어리인 인간의 삶이 죽음 앞에서 순간 허망해짐을 환기시킨다.

    소설의 분위기는 사진으로 이어진다. 그는 콘탁스 G1 카메라와 G28밀리미터 렌즈를 통해 쓸슬한 하이델베르크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킨다. 공동묘지, 노천카페, 네키어 강변, 이른 아침의 고성(古城), 새벽녘 성령교회가 렌즈에 잡혔다. 이에 대해 김영하는 하이델베르크에 가장 알맞은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주로 G28밀리미터 렌즈를 사용했다. G28밀리미터 렌즈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군중 속의 고독’일 것이다. 모든 광각렌즈가 얼마간은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 렌즈로 찍으면 어수선한 장터도 얼마간은 쓸쓸해 보이고 인간이 본질부터 고독한 존재라는 게 새삼 부각된다.”

    마지막 3장 격인 ‘콘탁스G1과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G1 카메라와 G28밀리미터 렌즈에 얽힌 추억담과 여행일화를 담으며 앞서 배치된 소설과 사진의 이해를 돕는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글을 처음 접한 이들의 당황스러움과 그들의 머리 위에 떠올렸을 물음표는 이 글을 접하며 자연스레 사라진다. 김영하의 감각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기발하면서도 실험적인 그의 형식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찜찜함을 감출 수는 없다. 책 겉 표지도 아닌 자신의 은밀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충동 구매를 자제하시고 충분히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보신 후에 구입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정중히 ‘주의’를 주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책에 대한 비난을 예상했기 때문일까.

    글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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