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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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앓는 병/전혜린Song with a cup of tea 2017. 10. 11. 05:32
가을이면 앓는 병/전혜린 이 결별과 출발의 집념은 매년 가을이면 나에게 다가오는 병마이다 가을처럼 여행에 알맞는 계절이 또 있을까? 모든 정을 다 결별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엷어진 일광과 냉랭한 공기 속을 어디라고 정한 곳 없이 떠나 버리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난다 매일 매일의 궤도에 오른 생활이 뽀얀 오후의 먼지 속에서 유난히 염증나게 느껴진다 여름의 생기가 다 빼앗아가 버린 나머지의 잔해처럼 몸도 마음도 피로에 사로잡히게 되고 생 전반에 대한 지긋지긋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럴 때 어디로 떠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출발을 생각하며 자기의 정해진 궤도 밖으로 튀어 나갈 생각에 몸부림친다 긴 여행 - 돌아오지 않는 여행, 깨어남 없는 깊은 잠, 이러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