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letter 2018. 10. 7. 22:34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 시집 '김현승 시초'(1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