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가을은, 할슈타트

musicletter 2017. 10. 12. 03:32

'17.10.03(화) 이른 아침 할슈타트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네 말대로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이곳 하늘 위 늘 같은 표정의 사진 보듯

가장자리만 언뜻 드러난 너

 

먼 얼굴로 아른거릴 뿐이니,

이러고 사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음영 속의 낯설음인 게야.

 

미열이 이는 기류 속 고민 해봐도

이해 안 되는 꾸러미들일랑 저만치 던져 놓고,

담배 한 개비라도 좋고 술 한 잔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앉아 서로 바라만 봐 주는 건 어떨까.

 

숨차게 앞만 보구 달려온 세월 덕에

오래된 면경 속의 모습

스스로의 표정에 눌릴 만큼

피로한 어깨 힘겨워 보이니


...너도 나도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그곳이 시골역이면 내려서 멸치국물 고소한

뜨거운 우동 한 사발 후르르,

바쁘면 기지개 한 번에 숨 한 번 크게 들이키고

바로 기차에 오른들 어떠리

 

 머릿속 어지럽히던 몇 마리의 나방 잡아내어

툭툭 어둠 속에 털어내 버리고

네가 간직해 온 여유와

내 아끼던 사랑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오늘까지야 먹구름 가득 했어도

내일부턴 정말 환한 나날 될 거라며

부대낌 감추지 않고 주점 저 안 쪽 벽에 기댄 채

언어의 마술처럼 난 그렇게 주문을 외울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 

잠시, 잠시만 쉬어갈까.

 

 

 

from: 월간 한맥문학 2006, 신년호